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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임시 대의원대회가 오늘입니다.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머리 속이 굉장히 복잡합니다. 그냥 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글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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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도, 당을 바라보는 당에 대한 제 마음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 하루가 결단과 보류의 연속입니다.

저는 2003년 말 정도에 입당을 했습니다. 저는 군대에 가기 전까지 한총련 운동을 했습니다. 니 나이가 몇인데, 니가 얼마나 열심히 했다고 "운동을 했었다"라고 얘기하냐라고 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저는 그 3년의 시간 동안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살기 위해 고민했고 조국의 운명 (지금은 이런 말 좋아하지 않습니다만)이 제 어깨에 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날 이후 나는 주먹을 말아 쥐고, 투쟁구호를 외치는 법을 배웠습니다. ‘폭력경찰’의 폭력에 분노하는 법을 배웠고,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즐거움을 배웠습니다. 그 이후 나에게 있어 연방 ‘조국’ 통일과 ‘어머니조국’에 대한 생각이 제 고민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의문이 생겨도 그러한 의문은 결국 해결해야만 하는, 교정되어져야만 하는 문제일 뿐이었습니다.

그 운동의 방식에 오류는 있을지언정, 이남사회에 있어 ‘주요모순’은 미국의 식민지배라는 것은 나에게, 우리에게 있어 지고지순한 선으로 존재했습니다. 나는 민족 문제보다는 노동 문제에 관심이 더 많았으나, 그것은 내가 속한 공간에서는 그리 편하진 않았습니다. 죽어라 ‘조국통일 만세’를 외치는 편이 몸과 귀가 편했습니다.

우리 동아리는 구성원들끼리 가족이나 식구라는 표현을 자주 썼습니다. 어느 날 “대표님 의자에는 다른 사람이 앉으면 안되”라고 선배들이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줄곧 그 자리는 대표의 자리였습니다. ‘조국통일을 열어가는’ 대표에게 그 자리는 권위의 상징이었습니다. 내가 3학년이 되어 대표가 되자, 내 동기들과 2학년들이 1학년 후배들에게 전했습니다. “대표님 의자에는 다른 사람이 앉으면 안되” 3학년 내내 그 자리는 나만의 자리였고, 나는 항상 비어있는 그 자리에 앉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식구이므로 문제될 것은 없었습니다. 그것은 서부총련, 서총련, 한총련 의장을 바라보는 시각과 전혀 무리없이 연결됩니다.

‘우리의 착한 누이’ 윤금이씨의 주검사진은 우리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고, 여성주의자들의 윤금이씨 사진 게시 반대는 배부른 투정 따위로 보였습니다. 서울대 농활대 철수에 대해 민중성 부족이라고 바라보는 후배들을 보게 됩니다.

군대를 다녀온 후에는 이러한 3년간의 학생운동의 경험에서의 아쉬움과 제 개인적 관심 속에서 지금까지의 공간이 아닌 다른 운동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 학교에서 막 만들 준비를 하고 있던 생태주의 소모임과 여성주의 소모임, 그리고 민주노동당 학생위 준비위 (윤희안 동지를 여기에서 만납습니다 ^^)가 "고시생" 신분의 제가 새롭게 시작한 운동의 거점들이었으며, 주로 읽던 책은 여성주의 서적과 알렉스 캘리니코스, 크리스 하먼의 책들이었습니다.

입당 초기에 주로 당원들을 만났던 공간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네티즌 모임, 민지네"라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는 당원도 있고, 일반 지지자들도 있었습니다.

그 때 제가 사용했던 닉네임은 <언제나밝은웃음>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당은 너무나 활기차보였고,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2004년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그 순간 당사에서 손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했습니다.

그래도 즐거웠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도 많은 "사건"들을 듣고 분노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바꿀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지역위원회 활동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지역위에서 적응하기 힘든 시기에 챙겨준 많은 지역위원회 동지들 덕분에 지역위원회에서, 분회에서 넘치는 사랑을 받아왔고 항상 더 열심히 하지 못함이 미안할 뿐입니다.

그러한 시간을 거쳐 지금,여기에 있습니다.

당은 힘들었던 기억보다 즐거운 기억이 훨씬 많은 사랑하는 조직입니다.

자주파니 평등파니 얘기는 사실 분회 사람들을 보며 꺼낼 필요도 꺼내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너무나 속상한 것은 아무리 신뢰하고 있고 믿는 동지들도 개인의 입장과 조직/집단으로서의 입장은 다를 수 밖에 없으며 거기에 기대되는 바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간 토론 속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얘기할 수 있겠다 싶은 사람들이 조직/집단 속에서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는 직접 얘기를 들어보기 전에도 이미 예상된다는 사실이고, 그 예상이 빚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대의원대회에 앞서 특정 조직/집단은 결정했습니다. 내가 살처럼 느끼는 동지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궁금합니다.

속상하고 아픈 날들입니다.

정말 민주노동당이 진정한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월 3일 이후에 다시 즐겁게 뵙길 기원합니다.

쓸데없이 긴 주절거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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